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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 ‘블랙머니’ 리뷰 그리고 '론스타 게이트'

by 쓰사 2019.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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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머니’는 사실 조진웅 씨가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그리고 범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제목에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후, 누적관객수 1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과 함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조진웅 씨와 정지영 감독님이 출연한 편을 보고 나서는 더더욱 이 영화 꼭 챙겨 봐야겠구나 싶었고 말이다.

 

하지만 한동안 바빠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겨울왕국이 개봉하면서 돌풍처럼 스크린을 휩쓰는 바람에 ‘블랙머니’의 상영 스케줄이 얼마 남지 않아 부랴부랴 친구를 꼬셔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 '블랙머니' 포스터 [출처: 다음영화]

 

<블랙머니(Black Money)>

 

개봉일: 2019년 11월 13일

장르: 범죄/드라마 (한국)

감독: 정지영

주연: 조진웅, 이하늬

 

별점: ★★★★★

 

 

영화 ‘블랙머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영화이다.

 

사실 난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했지만, 영화의 배경이자 흔히 ‘론스타 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말로는 영화의 내용 중 80%는 사실과 가까우며 생각보다 더 고증이 잘 된 영화라고 한다.

 

 

영화 '블랙머니' 현장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블랙머니’는 영화 ‘부러진 화살’로 유명한 정지영 감독의 새로운 작품인데, 교육계와 사법부의 부조리를 고발한 영화 ‘부러진 화살’에 이어 ‘블랙머니’에서는 해외펀드, 금감원, 검찰, 대형 로펌 그리고 일명 ‘모피아’가 얽힌 금융비리를 다룬다.

 

배우 안성기 주연의 부러진 화살도 항상 궁금했던 영화인데, 아직 못 본 게 아쉽다. 조만간 보고 리뷰를 쓰면 재밌을 거 같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주연 배우로는 ‘양민혁’ 검사역의 조진웅 씨와 국제통상 변호사 ‘김나리’ 역의 이하늬 씨가 출연한다.

 

그 외에도 얼굴을 보면 알만한 굵직한 조연 배우들도 많이 출연해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줄거리 소개에 앞서 먼저 ‘론스타 게이트’에 대해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론스타 펀드’는 미국계 ‘헤지 펀드(HEDGE FUND)’로 일종의 사모펀드이다.

 

‘헤지 펀드’란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 방식인데, 일반적으로 기업경영에 개입은 하지 않고 단기간에 매매차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다른 투자펀드에 비해 리스크가 높고 정부의 규제가 적은 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투자방식으로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펀드라는 거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이 ‘론스타 펀드’의 등장 시기를 보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배경이기도 한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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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부실 채권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바로 이 시점이 론스타가 한국에 등장하는 시점이다.

 

이때 론스타는 한국 시장의 우수 부실채권과 부동산을 사들이며 이것들로 상당한 수익을 내게 되고, 이내 본격적으로 회사를 사들이기에 이른다.

 

그중 론스타가 인수한 가장 큰 수익을 올린 두 기업이 있다. 하나는 ‘극동건설’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외환은행’이다.

 

‘론스타 게이트’는 극동건설을 시작으로 외환은행에서 화룡정점을 찍게 되는데, ‘블랙머니’는 바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사건을, 정확히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외환위기 때 정부는 부실화된 외환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해외자본을 유치하지만, 그조차도 버티기 힘들어지자 매각을 추진한다.

 

정부는 먼저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인수를 권유해보지만 국내의 은행들은 외환은행의 부실을 전부 떠안고 인수할 수 없다며 전부 거절을 하는데, 이로 인해 결국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그것도 엄청난 헐값으로.

 

이후 2006년 론스타는 다시 가치가 높아진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는데, 2007년 HSBC와 계약을 체결하지만 결렬되고 2010년 하나은행과 다시 계약을 맺게 되고 이후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KEB 하나은행’이 된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게 몇 가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BIS비율’ 조작이다.

 

먼저 ‘BIS(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자기 자본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 기준에 따라 은행은 위험자산에 대해 최소 8% 이상의 자기 자본을 유지해야 건전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금융기관이 아닌 론스타가 금융기관을 인수하려면 BIS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만 인수할 수 있는데, 외환은행이 회계조작으로 일부러 BIS비율을 낮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BIS비율 조작이 왜 문제가 되냐면, 만약 외환은행이 BIS비율을 조작하지 않았더라면 금융기관이 아닌 론스타가 BIS비율이 8-9% 정도 되었던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BIS비율이 조작되었다는 정황과 근거들은 ‘모피아(MOFIA: 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에 정계나 금융권 등으로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와 이를 수사하던 검찰에 의해 묻히고, 결국 최후의 승자는 론스타가 된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론스타는 외환은행 하나로 단기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고, 더불어 우리 정부의 부당한 조치 때문에 매각이 지연돼 손실을 입었다며 ISD(Investor-State Dispute) 제소까지 한 상태다.

 

그 소송의 규모만 무려 5조. 외환은행으로 론스타가 벌어들인 순수익이 5 조가량 되는데, 만약 이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하게 된다면 론스타가 무려 10조를 챙겨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의 소송인만큼 패소 시 배상해야 될 5조는 고스란히 우리의 피 같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블랙머니’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론스타가 저지를 불법적인 일들을 파 해치고, 더 나아가 외환은행을 다시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그 불법적인 일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어려운 금융의 세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면에서 저들이 어떻게 장난질을 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영화의 시기적 배경은 외환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매각되는 시기인 2011년이며, 줄거리는 앞서 말했듯이 ‘론스타(영화 내에서는 스타펀드) 게이트’의 진실을 주인공인 ‘양민혁’ 검사가 파 해치는 내용이다.

 

항간에 ‘양민혁’ 검사의 실제 인물이 혹시 현 윤석렬 검찰 총장이냐 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니라고 하니 헷갈리지 마시기를.

 

아, 하지만 당시 윤 총장이 론스타 사건을 맡았던 중수부의 검사 중 하나였다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사모펀드에 집착하나…….)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보니 내용 자체는 드라마틱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영화적 각색과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니 몰입감이 상당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달까.

 

일단 기승전결이 확실하니 극의 흐름이 끊길 일도 없었고, 실제 사건이 시사하는 경각심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며 동화되다 보니 가상의 인물들에게 닥칠 일들에 대한 극 중 긴장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육성으로 욕을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모두 드라마틱한 건 아니다.

 

사건은 드라마틱해서 영화로 만들지만 연출이나 각본에서 그 드라마틱한 부분이 약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상업영화로서의 재미와 실제 사건의 주제의식을 잘 이끌어낸 감독의 역량에는 정말 박수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나마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라고 한다면 영화가 그리 친절한 느낌은 아니었다는 거다.

 

용어부터 낯선 금융비리 내용을 별다른 설명 없이 캐릭터 간의 대사를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라 영화에 집중하지 않거나 잠시 딴생각이라도 하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것 투성이라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으려 더 애쓰게 됐다고나 할까.

 

 

영화 '블랙머니' 스틸컷 [출처: 다음영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순간, 우리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지배하는 자들이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영화.

 

마지막으로 정지영 감독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경제에 무관심하고 경제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누구도 경제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삶에 있어 경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며 그 때문에 삶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중략) ‘은행은 군대보다 무서운 무기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자들의 금융자본주의가 경제를 잘 모르는 우리를 우롱할 때 우리는 누구에게 기대야 하는가.” (출처: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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