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말, 겨울왕국 2를 관람하러 간 날 상영관에서 한 편의 영화 트레일러를 보게 되었다.
무려 007시리즈의 다니엘 크레이그와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나오는 영화 ‘나이브스 아웃’의 예고편이었다.
뭔가 코믹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마음에 드는데 배우들까지 시선을 잡아끄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개봉일: 2019년 12월 4일
장르: 미스터리/스릴러 (미국)
감독: 라이언 존슨
주연: 다니엘 크레이그, 크리스 에반스, 아나 드 아르마스
별점: ★★★★☆
사실 꼭 보고 싶다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개봉날짜를 기억하고 있던 건 아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떡볶이가 먹고 싶었고,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김에 영화도 한편 보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우연찮게 ‘나이브스 아웃’ 개봉 날짜였다.
당장 동생을 꼬셔서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가 가미된 미스터리 스릴러로, 유명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 할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 해치는 이야기다.
오랜 시간 미스터리 작품을 써오며 탄탄한 팬덤과 유명세 그리고 부까지 거머쥔 할란.
그리고 그의 부에 기대 살아온 자식, 사위, 며느리, 손주들 더불어 아픈 그를 돌보던 이민자 간병인 마르타까지.
할란과 얽힌 사연들을 통해 그들의 관계를 짐작해보고 자살인 듯 아닌 듯 한 할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추리해보는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자살을 한 할란의 장례식 이후 그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할란의 자택으로 경찰과 사설탐정 브누아 블랑이 방문하고 할란의 자식들과 그의 주변인들을 불러 모으며 시작된다.
차례로 진술을 하며 각 캐릭터들의 성격과 사연이 나오고, 각기 다른 이유로 할란과 대치하던 정황들을 포착하는 과정이 꽤나 흥미진진하다.
알리바이 속 비밀을 연결해 퍼즐을 맞추는 듯한 진행 방식도 계속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스토리나 연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라고 한다면 극 중 등장인물들 즉, 영화 속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꼭 추리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뚜렷하다.
그리고 성격적 한계가 상황적 한계도 명확하다 보니 영화를 보며 추리에 접근하는 게 비교적 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뚜렷하게 느껴지는 나머지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아슬아슬한 긴장감 같은 것은 다소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스토리 자체는 탄탄하지만 그렇게 치밀하지는 않다고나 할까.
마지막에 브누아 블랑이 추리를 하며 결론을 내릴 때 조금 어이없게 느껴지는 부분도 더러 있었고 말이다.
영화의 연출에 대해 좀 더 얘기를 덧붙이자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현대지만 영화의 진행방식이나 분위기는 상당히 고전적인 추리물처럼 느껴진다. 꼭 셜록홈스처럼 말이다.
그리고 고전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블랙코미디처럼 해학적인 부분도 가미되어 있어, 깨알 같은 부분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는 영화다.
그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아마 배우들일 것이다.
나조차도 처음 이영화에 관심을 둔 계기가 배우 ‘다이엘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반스’ 때문이니 말이다.
물론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마르타 역의 ‘아나 드 아르마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007과 어벤져스로 친숙한 다니엘 크레이그와 크리스 에반스의 등장을 자꾸 기다렸던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우리 엄마와 동갑이라는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섹시한 ‘다니엘 크레이그’부터 얘기해보자면, 이번에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브누와 블랑’은 007 ‘제임스 본드’와는 완전히 정 반대의 성격이다.
철두철미한 바람둥이 킬러 제임스 본드에 비해 브누와 블랑은 능청스러운 괴짜 같지만 온정 있는 하지만 탐정으로서의 날카로움도 잊지 않은 그런 인물인데 생각보다 훨씬 역할과 찰떡이었던 것 같다.
두 번째로는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에반스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역할이 ‘캡틴 아메리카’인 만큼 그와 캡틴 아메리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만큼 크리스 에반스 하면 캡틴 아메리카의 정의로움 반듯함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번에 맡은 ‘랜섬’ 역은 캡틴 아메리카의 이미지를 벗을 만큼 색다른 역할이었다.
빈정대기 좋아하고 집 나간 탕아 같은 크리스 에반스라니. 근데 이게 또 은근 이질 감 없이 잘 어울린다.
‘나이브스 아웃’은 정말 섬세하고 치밀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좀 실망할 영화지만(나처럼), 오락적인 영화에 가깝게 가볍고 쉽게 연출된 영화이니 만큼 이런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도 무난하게 보기 좋은 영화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 동생은 영화를 볼 때 머리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보고 나서 너무 재밌다며 한참을 떠들어댔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다. 한 번쯤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한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청년경찰’ 리뷰 (0) | 2020.01.23 |
---|---|
[영화] ‘시동’ 리뷰 (1) | 2020.01.21 |
[영화] ‘조커(Joker)’ 리뷰 (0) | 2020.01.17 |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리뷰 (0) | 2020.01.16 |
[영화] ‘블랙머니’ 리뷰 그리고 '론스타 게이트' (1) | 2019.12.11 |
[영화] ‘사자’ 리뷰 (0) | 2019.12.04 |
[영화] ‘겨울왕국 2’ 리뷰 및 쿠키영상 (0) | 2019.11.29 |
[영화] ‘헝거게임:더 파이널’ 리뷰 (0) | 2019.11.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