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많은 화제와 함께 인기를 얻었던 영화 ‘조커’를 나는 조금 뒤늦게 VOD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본 시점이 막 VOD가 나온 시점이라 가격이 좀 비쌌지만 다행히 IPTV 신규가입 쿠폰이 있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조커(Joker)>
개봉일: 2019년 10월 2일
장르: 스릴러 (미국, 캐나다)
감독: 토드 필립스
주연: 호아킨 피닉스
별점: ★★★★★
내가 ‘조커’의 예고편을 처음 접했을 때, 너무 감성적인 느낌의 트레일러 영상에 우습게도 이 조커가 내가 알던 DC코믹스의 그 조커가 아니고 약간 비유적인 의미의 조커 같은, 그러니까 코믹스를 따라 하는 한 조현병 환자의 이야기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오해는 영화 초반까지 이어졌는데, 영화의 배경이 고담시라는 사실과 시장이 토머스 웨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야 이 조커가 내가 아는 그 조커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조커가 베트맨에 나오는 그 조커냐고 물어보던 나에게 어이없는 시선을 던지던 엄마의 눈빛이 아직도 생각난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한창 조커가 이슈가 되던 때에도, 나중에 영화를 볼 생각으로 일부러 리뷰 영상이나 패러디 영상을 챙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랄까. (그래도 50대 엄마도 아는걸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좀 창피하긴 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나는 할 말을 잃었던 것 같다.
막 호들갑스럽게 대에박 이라던가, 뭐 다시없을 띵작이다 이런 느낌보다는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나를 쥐었다 폈다 가지고 놀았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마지막 엔딩을 보는 순간 그간 막연하게 종잡을 수 없는 빌런이라고만 생각했던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의가 딱 내려지면서 말이다.
일단 이 ‘조커’라는 영화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영화의 중심에 있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에 대해 언급해보고 싶다.
사실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로 시작해서 ‘호아킨 피닉스’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의 존재가 전부인 영화이다.
나는 그가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룬 영화 ‘HER’의 주연배우였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그때의 캐릭터와 이번에 연기한 조커라는 캐릭터 간의 간극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아마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조커’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던 배우는 ‘히스 레저’였을 것이다.
솔직히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본 이후 정말 이만큼 소름 끼치는 빌런을 본 것은 처음이라, 과연 누가 히스 레저의 조커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동안 정말 히스 레저를 대체할 조커는 나타나지 않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던 히스 레저의 조커를 호아킨의 조커가 완벽하게 대체한 느낌을 받았다.
히스 레저의 죽음 후 거의 10년 만에 정말 조커다운 조커를 마주하게 된 셈인데, 사실 대체되었다는 게 무색하게 히스 레저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느낌부터 많이 다르다.
뭐, 어쩌면 ‘아직까지’ 다른 걸지도 모르겠지만.
다크나이트의 조커는 그야말로 목적도 동기도 없이 파괴를 일삼는, 동정의 여지조차 없는 빌런 같은 느낌이었는데, 조커의 조커는 아슬아슬한, 위태롭고 무엇을 할지 몰라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다크나이트 때의 조커보다는 그래도 일말의 인간미를 느끼게 했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모든 한계와 통제를 벗어나 그가 인간이라는 점도 잊게 만들었다면, 호아킨의 조커는 결국 그도 인간에 불과하다고 보여준 것 같달까.
물론 조커가 조커가 되기까지의 과정의 흐름을 함께하며 감정선도 따라가고 그에게 이입되기도 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그래도 사회에서의 적응을 시도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아주 약간이나마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조커는 조커일지라도 말이다.
영화 ‘조커’는 잘 알다시피 배트맨 시리즈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다.
무법이 판을 치는 어두운 도시 고담시는 기존에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배트맨 시리즈를 봤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배경일 것이다.
영화는 이 차가운 도시에서 소외된 계층으로 살아가는 ‘아서 플렉’이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는 가운데 점점 조커로 변해가는 내용을 담는다.
처음에는 안타까움으로 시작하는 ‘아서 플렉’의 이야기는 점점 그가 조커에 가까워 갈수록 동정과 공포를 오가게 되는데, 그 완급 조절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 그를 동정하는 순간마다 허무함과 허탈함을 안기더니, 종국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조커의 존재를 이해하게 만드는 게 정말 놀라웠달까.
감독의 역량이 그리고 그걸 완벽하게 표현해낸 호아킨 피닉스에게 절로 박수가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화면이었던 것 같다.
꼭 드라마 장르에서나 볼법한 필터의 색감과 함께 세트장 곳곳에 조커를 상징하는 색들을 너무 찰떡같이 배치해놔서 보는 즐거움도 컸다.
물론 연출 방법 또한 좋았고 말이다.
여기저기 호평을 많이 듣긴 했지만 사실 큰 기대를 하고 본 영화가 아니었는데, 볼 때보다 보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이 났던 영화였다.
사실 나는 다크나이트를 제외하고는(솔직히 다크나이트는 감독 빨 아니었나) DC코믹스 영화를 진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조커는 이 영화가 DC코믹스 영화라는 것도 까맣게 잊게 만들만한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커’는 기존 코믹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원작의 내용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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