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 위기’는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터진 사건이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로도 내내 들어야 했던 말이다.
그때는 이게 정확히 뭔지도 잘 몰랐고, 그저 은연중에 별로 좋지 않은 거구나 느꼈던거 같다.
한창 국채보상운동인 ‘금모으기 운동’에 관한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질 때도, 사람들이 왜 금을 모으는지 모른 채 그저 모아야 한다는 말에 엄마에게 동생 돌반지를 가져가 우리도 이거 갖다 주 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
<국가부도의 날(Default)>
개봉일: 2018년 11월 28일
장르: 드라마 (한국)
감독: 최국희
주연: 김혜수,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박진주
별점: ★★★★☆
이 영화를 보게 된건 우연히 유튜브에서 재테크에 관련된 영상 하나를 보게 되면 서다.
‘국가부도의 날’은 돈을 벌고 싶다면 돈이 무엇인지, 경제가 무엇인지, 그 속성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한 투자 전문가가 추천이 있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 전문가가 추천한 다큐멘터리 ‘돈’이라는 영상을 보고 이영화를 시청했고, 영화를 보고 그간 잊고 살았던 1997년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최국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실 처음 이름만 보고는 ‘어? 설마 여자 감독인가?’ 싶었는데, 남자 감독이었다.
사람 편견이 참 무섭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된 데는 아마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던 사건을 다룬다는 것도 있지만, 출연 배우들로도 화제가 됐던 것 같다.
‘국가부도의 날’은 영화의 주인공인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배우 김혜수부터, 유아인, 허준호, 조우진, 뱅상 카셀 등 국내외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다.
특히 ‘뱅상 카셀’은 무려 72편의 영화에 출연한 관록이 있는 프랑스 배우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영화들에도 다수 출연한 바 있다.
뱅상 카셀은 이번 영화에서 ‘IMF 총재’ 역을 맡았다.
‘IMF 경제 위기’는 1997년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한국이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건을 일컫는다.
IMF의 지원 계약을 체결한 후 약 4년여간 IMF의 관리를 받게 되고, 그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경제 구조나 체질이 많이 바뀌게 된다.
사실상 강제로 시장개방을 하게끔 만들고, 미국식 정리해고제와 적대적 M&A 등이 도입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부분 또한 영화에 잘 나와있어 흥미롭게 본 부분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97년, 국가부도까지 단 일주일을 남긴 시점으로 시작한다.
국가부도 위기를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김혜수)’.
마찬가지로 경제 위기를 느끼고 이걸 기회삼아 한탕해보려 하는 은행원 ‘윤정학’.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서민 ‘갑수’
영화는 같은 시간, 국가 부도 위기를 맞아하는 세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겪는 일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다.
한시현은 IMF의 도움을 받자는 재정국 차관(조우진)과 IMF만은 안된다고 대립하며 어떻게든 자력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막아보려 하고, 윤정학은 자신의 경고를 헛소리 취급하는 은행에 사표를 던지고 이 위기를 통해 투자자를 모아 돈을 벌 궁리를 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는 없다고 하는 정부의 말을 믿던 서민 ‘갑수’는 하루아침에 종이장이 된 어음을 안고 모든 위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이렇듯 국가부도 위기를 맞는 정부, 투기꾼, 서민의 모습을 각자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사실 영화의 연출로만 보면 극적인 장치가 그렇게 임팩트 있지 않아 다소 심심하다 느낄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각본이다 보니,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결말을 알고 있고, 영화 속 그 누구도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을 막을 수 없어 반전도 없다.
실제로 난 이걸 극장에서 보지 않고 집에서 VOD 서비스로 봤는데, 같이 영화를 보던 가족들은 영화 중간에 지루하다며 보다 말았고, 결국 나 혼자서 만 끝까지 보게 된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적인 영화도 좋아해서 볼만했지만, 솔직히 재미있다고까지 하기는 힘들 것 같긴 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당시 외환 위기 상황에 대한 실질적 이유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한국 정부의 무능, 그리고 외환 위기가 단순히 내부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던 게 틀렸다는 사실에 영화를 보며 화도 많이 났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오락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영화일지 몰라도, 당시 상황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잘 보여준 영화다.
더불어 이번 ‘일본 수출 규제’로 알 수 있었듯이, 경제는 단순히 내부의 정책 문제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걸 ‘국가부도의 날’에서도 볼 수 있다.
1997년 급박했던 당시 상황과 각 계층의 모습의 차이, 그리고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까지 볼 수 있고, 이번 추석 특선영화로 방영한다고 하니 한 번쯤 꼭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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