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늦게나마 ‘봉오동 전투’를 극장에서 보고 왔다.
류준열이라는 배우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먼저 보고 온 동생도 재밌다고 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관람했다.
물론,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기에 보고싶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봉오동 전투 (The Battle: Roar to Victory)>
개봉일: 2019년 08월 07일
장르: 액션/드라마 (한국)
감독: 원신연
주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별점: ★★★★☆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일본군에 대항한 우리 독립군의 첫 승리를 그리고 있는 영화다.
일전에 영화 ‘암살’이나 ‘밀정’과 같은 영화를 본적은 있는데, 보통 독립군 하면 레지스탕스처럼 암암리에 임무를 수행하고 일본 간부들을 암살하고 다니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영화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하면 떠올리지 못했던 대규모 전투를 그리고 있어 굉장히 놀랐다.
‘봉오동 전투’의 메가폰은 공유 주연의 ‘용의자’, 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신연 감독이 잡았다.
그리고 주연배우로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사실 내가 ‘봉오동 전투’의 예고편을 보고 바로 기억할 수 있었던 거는 배우 ‘류준열’이 나오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 안 챙겨본 영화가 거의 없다.(심지어 예능도 다 챙겨봤다.)
그랬기에 ‘봉오동 전투’는 꼭 봐야지 했던 영화중 하나였고, 이미 배우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기도 했다.
거기다 근래 일본의 수출규제 사건까지 떡하니 터지고, 광복절까지 겹치니 벼르고 이 영화를 본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는 3.1운동 이후 만주지역의 ‘봉오동’ 일대에서 독립군의 항쟁이 활발해지고, 이를 토벌하기 위해 일본은 ‘월강추격대’를 보낸다.
‘월강추격대’란 이름 그대로 강을 건너 독립군을 추격하는 특수부대였는데, 그들을 봉오동 골짜기로 유인하는 내용이 바로 영화 ‘봉오동 전투’의 내용이다.
사실 나는 독립군의 존재와 그들의 활약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세세한 이야기나 전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봉오동 전투’도 마찬가지였는데,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한 역사가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독립군은 정규 군인도 아닌 의병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는데, 신식무기와 잘 훈련된 일본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이렇듯 영화의 내용도 마음에 드는데,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던 것 같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의 연기는 물론, 신기하게도 일제강점기 영화에 유명한 일본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일본인 장교인 야스카와 지로역의 ‘키타무라 카즈키’, 쿠사나기 역의 ‘이케우치 히로유키’, 유키오 역의 ‘다이고 코타로’.
일본 내에서 비판의 여론이 있었을 텐데, 이렇게 용기를 내 출연한 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의 연출도 훌륭했다.
특히 전투나 추격신이 손에 땀을 쥐게 해서 정말 몰입해서 봤던 것 같다.
조금 오글거리긴 했지만, 중간중간 코믹한 부분이나 드라마틱한 부분도 나쁘지 않았고 말이다.
어떤 리뷰를 보니 이런 부분이 너무 뜬금없다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극의 흐름이 워낙 긴장감의 연속이다 보니 중간중간 이렇게 한 템포 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역사 영화 특유의 억지로 눈물 짜내는 듯한 신파없이 담백한 느낌인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보니, ‘봉오동 전투’에 대한 몇가지 논란이 있었던걸 알게 되었다.
하나는 할미꽃 군락지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영화 촬영팀에서 멸종위기종인 ‘동강할미꽃’ 군락지를 훼손했다는 거였다.
나도 할미꽃 이야기는 친구에게 전해들었고, 이 때문에 영화를 보이콧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찾아본 바로는 촬영당시 동강 하천 부지 일부가 훼손된 건 사실이지만, ‘동강할미꽃’ 군락지를 훼손했다는 건 잘못된 사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번째 논란으로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독립신문’의 봉오동 전투 기사가 다소 과장됐다는 논란이 었는데, 사실 나는 이게 왜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봉오동 전투’는 상업영화고, 상업영화 특성상 일부분 과장이 있을 수 있다.
극적인 부분이 가미되고 조금 더 드라마틱하게 관객의 시선을 끌어야 하니, 대사나 설정이 조금 과장이 될 수밖에.
완벽한 고증을 거친 현실적인 영상을 원한다면 다큐멘터리를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현실성이라고는 0.0000001%도 가미되지 않은 마블 영화에는 울고 웃으면서, 왜 이런 역사 영화는 신파니, 현실성이 없니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달까?
심지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것도 아니지 않나.
이땅의 조상들이 일본의 발아래 무참히 밟혔던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팩트’이니까.
소위 말하는 ‘국뽕’에 취한 영화라 싫다는 반응도 어이가 없는 게, 그렇게 좋아 죽는 마블 영화도 미국 ‘국뽕’ 영화고, 전 세계 어느 나라든 ‘국뽕’ 가득한 영화는 다 제작을 한다.
우리의 마블 대장 히어로는 이름부터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던가.
하여튼, 보면서 이땅을 되찾기 위해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떠올라 참 마음이 무겁고 뭉클했던 영화였다.
막말로 좀 신파면 어떻고, 국뽕이면 어떤가?
이런 영화가 사람들의 역사의식을 조금이라도 상기시킬 수 있다면 난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늘 일제강점기라고 하면 패배의 역사만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주는 영화다.
슬픈 역사이지만, 그 시절 얼마나 뜨겁게 저항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영화이기에 한 번쯤 꼭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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