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추석 특선영화 라입업이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아, 물론 재밌는 걸 잘 골랐다는 건 아니고, 내가 따로 찾아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방영해 줘서 좋았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창궐’이 개봉한 지 1년이 다되어간다는 게 소름이었다.
내 시간 다 어디 갔니?
<창궐(Rampant)>
개봉일: 2018년 10월 25일
장르: 액션 (한국)
감독: 김성훈
주연: 현빈, 장동건
별점: ★★★☆☆
‘창궐’은 ‘마이 리틀 히어로(2012)’와 ‘공조(2016)’의 감독을 맡았던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배우는 현빈, 장동건.
영화 개봉 전부터 무려 장동건이 출연하는 영화라 엄청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웃긴 건 장동건이 출연한다고 하면 항상 화제는 되는데, 어째서 결과물이 공개되면 하나같이 실망스러운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 아스달 연대기라던가, 아스달 연대기라던가, 아스달 연대기……. (너무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라 실망이 좀 컸다.)
뭐,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장동건 주연 영화로는 '태극기 휘날리며(2004)', ‘태풍(2005)’이후로 괜찮았던 영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뭔가 연기도 잘하고 존재감도 엄청난데, 항상 그 배역과 어울리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너무 잘생겨서 그런 건지, 아직 인생 캐릭터를 못 만나서 그런 건지. 하여튼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다음으로는 현빈.
내가 가장 최근에 본 현빈 주연 작품은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방영한 드라마였는데, 그 당시 프랑스에서 자취 중이던 동생한테 놀러 가서 정말 열심히 챙겨봤던 드라마다.
물론 드라마 결말은 내게 깊은 빡침을 선사해 주었지만 말이다.
그 외의 ‘창궐’ 조연배우로는 요즘 대세 배우인 조우진부터 정만식, 이선빈, 김의성 등이 있겠다.
배우 조우진은 정말 요즘 영화마다 안 나오는 게 없는 것 같다.
지난번 '봉오동 전투', '국가부도의 날' 연달아 조우진이 나오는 영화를 리뷰했었는데 말이다.
영화의 배경은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실제 역사적 사건과 실존인물들의 이름을 아주 약간 변형하여 차용한 걸 알 수 있다.
영화 속 임금으로 나오는 ‘이조(김의성)’는 조선의 제16대 왕 ‘인조’를, 이조의 맏아들 ‘소원 세자(김태우)’는 ‘소현세자’에서, 인조의 둘째 아들인 강림 대군 ‘이청(현빈)’은 훗날 효종이 된 ‘봉림대군’, 소원 세자의 부인인 ‘경빈’은 소현세자의 부인 ‘강빈’ 그리고 영화 속 악역인 ‘김자준(장동건)’은 인조반정을 도모한 ‘김자점’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처럼 실존 인물들의 성격을 가져오면서 이름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좀비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된 영화다 보니 역사왜곡의 논란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 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영화는 이조의 아들 소원 세자가 억울하게 역모의 죄를 뒤집어쓴 자신의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자결을 하고, 청에 있던 이조의 둘째 아들 강림 대군 ‘이청’이 조선으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이청은 형님의 유지에 어쩔 수 없이 조선에 들어오지만, 자신을 죽이려던 살수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반기지 않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위협과 마주하는 강림 대군 이청.
그것은 바로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다.
태양을 피해 밤에만 활동하고, 산 사람을 물어 자신과 같게 만드는 ‘야귀’.
조선에 야귀때가 창궐한 사실을 이청이 아버지인 이조에게 고해 보지만, ‘김자준’이 번번이 그를 방해한다.
결국 이청이 왕좌를 노리는 김자준을 저지하며 충직한 신하들과 함께 창궐하는 야귀때를 소탕하는 것이 영화 ‘창궐’의 줄거리이다.
영화를 보며 각 캐릭터들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던 ‘소현세자’ 이야기는 많은 작품에 단골손님처럼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그의 동생 봉림대군 ‘효종’도 역사책에서 자주 접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조반정을 야귀 즉 좀비 떼가 창궐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도 신선했다.
또한 액션 또한 나쁘지 않았던 게 주인공들의 칼질도 시원시원했고, 좀비들의 열연도 한 몫했다.
그리고 ‘덕희(이선빈)’은 무슨 레골라스인 줄 알았다. 슝슝 활 쏘는 게 멋있었다.
같은 감독의 영화인 ‘공조’의 액션신들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창궐’의 액션신들도 박진감 넘치고 쫄깃쫄깃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 대사, 캐릭터 설정은 다소 아쉬웠다.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많았고, 오글거리는 대사, 캐릭터 설정도 좀 거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역인 ‘김자준’의 캐릭터가 가장 아쉬웠던 것 같다.
처음엔 제법 무게감이 있다 생각되었던 악역의 행동들이 뭔가 점차 가볍고 너무 어이없게 느껴진달까?
장동건이라는 배우와 잘 매치가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지만, 캐릭터 자체가 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좀비 영화를 참 좋아한다.
‘워킹데드’ 시리즈의 팬이기도 하고(글렌이 죽고 나서는 보기 싫어졌지만) 좀비 영화인 ‘월드워 Z’, ‘웜 바디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좀비 영화인 ‘부산행’도 정말 재밌게 봤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창궐’은 부족한 점도 많이 있었지만 나름 재밌게 봤던 것 같다.
적어도 ‘물괴’보다는 낫다. 정말로.
야귀들은 부산행 좀비들과 비교해서 나름의 약점을 가지고 있어 긴장감도 적당하고, 영화에 약간의 휴머니즘과 유머도 가미되어 있어 이런 종류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보기에 별로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창궐’은 스토리의 개연성, 약간의 오글거림을 감안한 좀비 액션으로는 꽤 괜찮은 영화다.
큰 기대 없이 킬링타임용 좀비 액션을 찾고 있다면 이 영화, 한 번쯤 보길 추천한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헝거게임:더 파이널’ 리뷰 (0) | 2019.11.22 |
---|---|
[영화] ‘말레피센트 2’ 리뷰 (1) | 2019.11.08 |
[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 (2) | 2019.11.04 |
[영화] ‘안시성’ 리뷰 (4) | 2019.09.18 |
[영화] ‘국가부도의 날’ 리뷰 (6) | 2019.09.12 |
[영화] ‘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 리뷰 (0) | 2019.09.09 |
[영화] ‘봉오동 전투’ 리뷰 (2) | 2019.09.03 |
[영화] ‘올레’ 리뷰 (4) | 2019.08.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