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라 하면 단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오늘 리뷰를 해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로 유명한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개봉 전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만 1,0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칸 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이 영화, 무엇이 특별했던 걸까?
<기생충(PARASITE)>
개봉일: 2019년 05월 30일
장르: 드라마 (한국)
감독: 봉준호
주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별점: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2003)’, 김혜자, 원빈 주연의 ‘마더(2009)’,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존 허트, 에드 헤리스, 틸다 스윈튼 주연의 ‘설국열차(2013)’, 틸다 스윈튼, 안서현 주연의 ‘옥자(2017)’.
그리고 지금의 봉준호 감독을 있게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1,000만 관객이 사랑한 영화 ‘괴물(2006)’까지.
모두 한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한 영화들이다.
봉준호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독립영화의 특징을 가지면서 동시에 상업영화로서도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흔히 독립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낯선 예술성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영화 속 숨은 의미들을 힘들게 찾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그 스토리만으로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을 줄 아는 참 드문 영화감독이랄까.
영화 ‘기생충’의 출연진 또한 화려하다.
일단, 주연 배우 송강호 씨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국민배우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여러 작품에 출현한, 봉 감독의 뮤즈이기도 하다.
일전에 ‘설국열차’ 홍보 당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중 이런 말이 있었다.
정확히 떠오르지는 않지만, 배우 송강호가 봉 감독 자신에겐 일종의 숨통 트일 곳과 같다고 말이다.
아마 처음으로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과 촬영을 진행하려니 아무래도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송강호는 그들 중 유일하게 익숙하고 편안한 존재였을 테니, 의지가 많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러다 보니 봉준호 감독의 새로운 영화 ‘기생충’에 배우 송강호가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은 사실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사실 내가 가장 놀랐던 캐스팅은 다름 아닌 배우 이선균 씨와 최우식 씨였다.
처음 드라마 ‘커피 프린스’에서 이선균을 보고 그 특유의 목소리에 홀딱 반했었는데, 그 뒤로도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매력 발산을 한 배우다.
그런데 보통 코미디나 액션이 가미된 상업영화에 많이 보던 배우다 보니,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다했을 때 꽤나 의외다 싶었다.
배우 최우식도 같은 맥락에서 의외라 느꼈다.
다양한 드라마 및 영화 주조연으로 친숙한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기생충에서 볼 수 있어 묘하게 반갑고 또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카메오로 출연한 배우 박서준도 개인적으로 엄청 좋아하는 배우라 많이 반가웠다.
영화는 ‘기택(송강호)’과 그의 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 집에서 시작된다.
전원 백수, 누구 하나 멀쩡한 직업이 없는 이 집안.
인터넷 설치할 돈도 없어, 화장실 구석에서 다른 집 와이파이나 훔쳐 쓰는 신세다.
세상 궁상은 다 떨던 어느 날,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는 친구 ‘민혁(박서준)’에게 고액 알바 제의를 받는다.
하지만 변변한 학위도 없는 기우는 제안을 처음엔 거절하지만, 민혁은 재수한 시간이 얼만데 가르쳐도 네가 나보다 더 잘 가르칠 거란 말로 기우를 설득한다.
솔깃한 민혁의 말에 결국 제안을 승낙한 기우는 동생 ‘기정(박소담)’의 힘을 빌려 학력을 위조하기에 이른다.
드디어 입성한 높은 언덕의 대저택.
넓고 잘 가꿔진 정원, 문을 열어주고 집을 안내해주는 가사도우미,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저택엔 자수성가로 성공한 글로벌 IT기업 사장인 ‘동익(이선균)’, 박 사장의 가족이 살고 있다.
기우는 박 사장의 아내이자 저택의 안주인인 ‘연교(조여정)’을 만나게 되고, 그녀가 굉장히 순진하다는 걸 알게 된다.
기우는 연교를 구슬려 동생 기정을 미술선생으로 추천하고, 연교의 아들인 ‘다송’의 미술선생이 된 기정은 이번엔 원래 있던 가정부 ‘문광(이정은)’을 쫓아내고 자신의 엄마 ‘충숙(장혜진)’을 새로운 가정부로 들이게 만든다.
거기다 기정은 박 사장의 운전기사 마저 꼼수를 부려 쫓겨나게 만들고, 그 자리에 기택을 꽂아준다.
기택을 마지막으로 모든 가족이 박 사장의 저택에 들어가게 되고, 기택 가족은 철저한 연기로 박 사장의 가족을 속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송의 생일을 맞아 박 사장의 가족이 모두 캠핑을 떠나게 된다.
저택이 비자, 그곳에서 일탈을 즐기는 기택의 가족.
밤이 되어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그때, 돌연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을 누른 이는 다름 아닌 이전 가정부인 문광.
초췌한 모습의 문광은 잠시만 문을 열어달라 사정을 한다.
충숙을 제외한 모두는 서둘러 숨고, 충숙은 저택의 안으로 문광을 들여보낸다.
저택으로 들어서자마자 문광은 창고에 숨겨진 지하실로 향한다.
존재조차 몰랐던 장소를 본 충숙은 기겁을 하고, 곧이어 그곳에서 믿지 못할 광경을 보게 된다.
저택의 아주 깊은 곳에 위치한 비밀 지하실엔 다름 아닌 문광의 남편 ‘근세(박명훈)’가 살고 있었다.
충숙에게 이곳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박 사장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는 문광과 근세.
하지만 그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몰래 충숙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온 기택, 기우, 기정은 그만 문광에게 존재를 들키고 만다.
문광에게 약점을 잡힌 기택 가족은 문광과 근세와 대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문광을 죽이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쏟아지는 비 때문에 결국 캠핑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박 사장과 그의 가족.
그에 혼비백산한 기택네는 지하실에 문광과 근세를 가두고 재빨리 큰 소파 테이블 밑에 숨고, 충숙 혼자서 박 사장 가족을 맞이한다.
가족들이 잠자리에 들면 저택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다송이 마당에 텐트를 치고 그곳에서 자겠다고 하자 박 사장 부부도 하는 수 없이 거실 소파에 몸을 뉘인다.
그리고 기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박 사장은 기택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노인 냄새고, 시골 무말랭이 냄새도 아닌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
부부가 잠이 들고, 가까스로 들키지 않고 저택을 빠져나오던 길.
비를 피할 우산 하나 없이 아래로 아래로 향하며 기택 가족은 끝내 다시 반지하로 돌아오게 된다.
집중호우로 기택의 반지하 집은 완전히 침수되어 버린 상태.
결국 기택의 가족 모두 이재민 구호소로 향하고,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던 때, 기택에게 연락 한통이 온다.
다송의 생일파티를 열 생각이니 빨리 와달라고 하는 연교의 연락이다.
기택은 연교를 따라 장을 보고, 기우는 박 사장의 딸 다혜의 연락을 받고 가고, 기정은 다송의 선생님으로 생일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다송의 생일파티가 시작되고, 기택의 가족을 제외한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그때, 지하실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근세가 칼을 들고 파티가 한창인 곳에 나타난다.
그리고 근세의 칼에 기정이 찔리고, 다송을 깜짝 놀라게 해 주려 박 사장과 함께 숨어있던 기택이 놀라서 기정에게 달려간다.
파티장은 사람들의 비명으로 아비규환이 되고, 이성을 잃은 근세를 본 박 사장의 아들 다송이 기절을 한다.
빨리 다송을 병원으로 데려가려던 박 사장은 기택에게 차키를 내놓으라고 하고, 기택은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보다 이내 박 사장을 칼로 찔러버린다.
얼마 후, 근세와 박 사장, 기정마저 죽고, 기택은 행방불명 상태다.
다시 반지하로 돌아온 기우와 충숙은 서로 말이 없다.
어느 겨울, 이제는 주인이 바뀐 저택을 멀리 떨어진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기우.
기우는 그곳에서 깜빡거리는 전등을 발견한다.
그건 모스부호였고, 기우는 곧 그것이 기택이 보낸 신호라는 걸 알아낸다.
행방불명됐다던 기택은 예전 근세가 그랬듯, 저택의 지하에서 기생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기우는 곧 기택에게 답장을 보낸다.
돈을 벌겠다고.
돈을 벌어서 가장 먼저 그 저택을 사겠노라고, 그러면 아버지는 그저 걸어서 계단을 오려면 된다고.
그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시라고.
그렇게 허망한 기우의 상상과 꿈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이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가 해학적이면서 디테일할까.
괜히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감독의 섬세함이 새삼 놀라웠다.
영화를 볼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기택의 집안 물건들이나, 여러 해 재수를 했던 기우, 미술 입시를 준비했던 기정 등으로 기택의 가족이 원래는 중산층이었다는 걸 나타낸 것.
그리고 한때 유행했었던 대만 카스텔라 사업이 망해 사채를 쓰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던 문광과 근세 또한 해박한 지식과 교양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그들도 처음부터 하층민이 아니었다는 걸 표현한 것 등, 줄거리로는 차마 다 적을 수 없던 세세한 설정들이 너무나 많은 영화였다.
무엇보다 영화를 보며 내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누군가를 찌르고 피가 튀는 장면이 아닌, 박 사장과 연교가 소파에서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은, 줄거리에도 써놓은 기택의 ‘냄새’에 대한 얘기였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상류층인 박 사 장 네와 하층민인 기택네의 사이, 중산층의 지위에서 그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나는 박 사장처럼 살고 있지는 않지만, 기택네처럼 없이 살지도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들의 행동과 말을 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
그러다 박 사장이 연교와 함께 기택의 냄새를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라고 표현하며 모든 관객을 기택과 동일시시키고, 그 순간 관객들은 여태 느끼지 못했던 분노를 박 사장에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 사장의 대사는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맴돌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박 사장은 그리 나쁜 인물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용인들에게 임금도 넉넉히 주고, 괴롭히지도 않고, 선만 잘 지키면 누구에게나 젠틀하다.
그런 박 사장을 기택이 죽였을 때 관객들로 하여금 기택이 박사장을 죽인 이유를 납득하게 만든 것이 아마 감독의 역량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곧 이 영화가 유명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박 사장의 재력에 기생하는 기택의 가족, 박 사장의 저택 지하실에 기생하던 문광과 남편 그리고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 구분 짓지만 그들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멀쩡히 살아갈 수 없는 박 사장의 가족.
서로가 서로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이들 모두가 어쩌면 기생충과 다름없는 것 아닐까.
영화 자체도 재밌지만, 영화를 보고 해석을 찾아보는 것 또한 새로운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다.
이제 VOD도 나왔으니 아직 못 본 사람이라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하는 바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올레’ 리뷰 (4) | 2019.08.28 |
---|---|
[영화] ‘물괴’ 리뷰 (2) | 2019.08.28 |
[영화] ‘만추’ 리뷰 (2) | 2019.08.26 |
[영화] ‘커런트 워’ 리뷰 (4) | 2019.08.23 |
[영화] ‘악인전’ 리뷰 (4) | 2019.08.19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리뷰 (0) | 2019.08.18 |
[영화] ‘알라딘’ 리뷰 (2) | 2019.08.17 |
[영화] ‘엑시트’ 리뷰 (0) | 2019.08.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