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서라도 되는 양 읽기만 해도 논란이 되었던 책이 있었다.
바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이 책을 읽었다 SNS에 인증한 연예인들은 (별로 좋지 못한 의미로) 화제가 되었고, 꽤나 많은 비난을 받으며 피드를 내리거나 글을 내려야 했다.
당시에 나는 ‘페미니즘’의 ‘페’자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입에 담지 못할 욕까지 먹는 그들을 보며 그저 책 한 권 가지고 유난이다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를 리뷰하는 지금까지도 사실 난 그 책을 읽지 않은 상태다.
<82년생 김지영(KIM JI YOUNG, BORN 1982)>
개봉일: 2019년 10월 23일
장르: 드라마 (한국)
감독: 김도영
주연: 정유미, 공유
별점: ★★★★☆
개봉전, 아니 영화의 제작이 확정된 순간부터 '82년생 김지영’은 늘 화제의 키워드였다.
세상 유명한 두 주연배우가 캐스팅 되면서 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오르던 주제이기도 했다.
금서 아닌 금서를 읽은 연예인들이 그랬듯, (내 기억으로는) 그간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배우 정유미도 비난의 화살은 피해 가지 못했다.
영화의 개봉일이 정해지고, ’82년생 김지영’은 다시 화두에 올랐다.
첨예하게 갈리는 반응속에서 영화가 개봉했지만, ‘82년생 김지영’의 시작은 꽤 순조로웠다.
물론 개봉도 전에 별점테러가 이어지긴 했지만, 실관람객의 평은 생각보다 좋은 편이었고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다고 했을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두 배우가 주연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이 영화를 꼭 보리라 마음먹었었다.
일단 책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내용이 너무 궁금하기도 했고, 이게 정말 논란이 될만한 이야기인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궁금했고 말이다. 특히 공유.
10월 중 개봉이라고 해놓고 계속해서 개봉일이 확정이 안되었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개봉일이 정해져 나는 바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그냥 단순하게 같이 영화보러가자는 말을 하려는 거뿐인데 사실 은근 눈치가 보였던 건 사실이다.
아무렇지 않은척 친구에게 같이 영화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했고, 다행히 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친구랑 나는 개봉일 당일에 보러 갔는데, 평일 낮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분들이 많이 계셔서 놀랐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여자로 태어난 대한민국의 흔한 82년생 김지영이다.
그녀는 한 때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에서 나름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사회인이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살림과 육아라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경력단절녀 주부다.
그녀 나름대로 고단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사정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저 팔자 좋은 맘충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주부.
그런 평범한 김지영은 아이와 가정이 주는 소박한 행복감과 한때 자신을 이루던 사회적 야망 사이에서 너무 큰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인물이다.
번듯한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남편,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눈에 넣어도 안아플 아이. 분명 큰 걱정도 없고, 나름의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삶인데 문득문득 그녀의 가슴에 찾아오는 공허함이 꽤 묵직하다.
그 공허함의 이유를 찾으려, 또 해소해보려하지만 결국 현실에 벽 앞에서, 낮아진 자존감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진 한 사람과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영화를 보며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이야기도 많았고, 가끔 김지영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내 주변 지인들의 삶이, 무엇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우리 엄마생각에 더욱 그랬다.
더불어 김지영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그녀 주위의 다른 여자들이 겪는 고충을 볼때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좋지 못한 경험들이 떠올라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답답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던 내내 상영관을 채웠던 훌쩍거림들을 생각해보면, 이건 비단 나만 느낀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 원작과 영화를 두고 비현실 적이다, 터무니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래, 백번 양보해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의 내용이 비현실적이게 느껴질 수 있다.
영화로서 극적인 장치들이 있던 것도 분명하고, 그것이 조금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과정이 조금 부풀려졌다고 해서 그런 상황들이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성들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데에는 그만한 경험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사람들의 경험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인물이다.
그러니 누군가의 고민이, 경험이, 상처가, 자신이 생각하기에 별것 아닌 작은 일처럼 보인다고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게 아닐까.
직접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속단하고 비난하면 안되는게 아닐까.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애틋한 영화다.
편견없는 시각으로 본다면 내 옆의 누군가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될 영화이기도 하니 부담 없이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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