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였나, 그때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해준 퇴마 영화 ‘엑소시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이 영화가 그렇게 오래된 영화인 줄 모르고 봤는데, 찾아보니 무려 1973년 영화였다.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꽤 충격을 받았었다. 그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일본 공포영화에 질릴 대로 질렸던 내게 공포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기 때문이다.
늘 원한을 가진 귀신에게 사람이 당하는 영화만 보다가 사제들이 악령을 퇴치하는 영화를 보니 좀 든든했달까.
물론 그 과정이 녹록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싸우기까지 하지 않는가.
<사자(The Divine Fury)>
개봉일: 2019년 07월 31일
장르: 미스터리/액션/판타지/공포 (한국)
감독: 김주환
주연: 박서준, 안성기, 우도환
별점: ★★★★☆
사실 내가 접한 퇴마 영화는 어릴 적 본 ‘엑소시스트’ 시리즈와 몇 개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
그렇게 좋아하는 장르도 아닐뿐더러 (뭔가 볼 때는 괜찮은데 나중에 그 장면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서 싫다.) 이런 내용 자체에 그렇게 흥미가 가지도 않아서다.
그래서 예전에 한참 화제여서 남들 다 본 ‘검은 사제들’도 보지 못했다.
그런 나지만 영화 ‘사자’는 언젠가 꼭 봐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이유에는 배우 ‘박서준’이 있었다.
작년 봄부터 여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서 한때 영준 부회장님에게 빠져 살기도 했었고(원작과 웹툰도 워낙 좋아했던지라), 그 이전에 너무 재밌게 봤던 ‘쌈 마이웨이’의 동만 애라 커플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특히 ‘쌈 마이웨이’의 고동만은 박서준의 인생 캐릭터라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찰떡이었던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극 중 캐릭터의 직업이 격투기 선수였다.
박서준은 ‘쌈 마이웨이’에 이어 영화 ‘사자’에서도 격투기 선수로 나오는데, 전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쌈 마이웨이에서는 울고 웃는 청춘 격투기 지망생이었다면, 사자에서는 세상 시크한 성공한 스타 격투기 선수라는 점이랄까?
사실 사자의 트레일러 영상을 볼 때만 해도 ‘고동만이다!’ 이랬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달라 다른 캐릭터인 느낌이 나기는 했다.
흠, 영화를 다 본 박서준에 대한 감상은 역시 박서준은 코믹 연기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거? 아무래도 인상 자체가 장난기 있어 보이고 뭔가 사고뭉치처럼 생겨서 그런 거 같다.
박서준 외에도 배우 안성기 그리고 이번 영화로 처음 알게 된 배우 우도환도 출연했다.
안성기는 뭐 말할 것도 없는 대배우인 만큼 역시나 젊은 두 배우 사이에서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잘한 것 같다.
덕분에 다소 가볍고 어쩌면 조금 유치해질 뻔한 영화가 더욱 진중하게 다가왔고, 훨씬 긴장하고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처음 본 우도환도 조금 뻔한 역할을 맡았음에도 나름대로 간교하면서 어딘지 미성숙한 악마 역할을 잘 소화한 듯싶었다.
영화의 내용은 신을 믿지 않는 격투기 챔피언과 악을 퍼뜨리는 무언가의 낌새를 느끼고 한국을 찾은 바티칸 신부 안신부가 검은 주교의 지신의 정체를 알아가며 그와 싸워나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천주교적인 신앙관과 더불어 마귀를 쫓는 구마에 판타지적 요소를 곁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소 어둡고 소름 끼치게 그려내었다.
영화 초반부에는 주로 안신부의 구마 의식과 더불어 격투기 챔피언인 용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는 내용이 다루어진다.
자신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의 원인을 알아가던 중 용후는 안신부를 알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안신부를 돕다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걸 깨닫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이는 안신부의 구마 의식을 돕기 시작한다.
그러다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검은 주교의 지신과 겨루는 내용이 다뤄지는데, 영화 초반에는 꽤 진지하고 엄중했던 분위기가 후반에는 용후와 지신이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면서 굉장히 액션 위주로 흘러가게 된다.
사실 이렇듯 분위기가 좀 갑작스럽게 반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 난 좀 영화의 흐름이 깨진 느낌이 들었다.
앞서 영화 초반에는 엑소시스트처럼 정말 그럴듯한 퇴마 물처럼 느껴졌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완전 고스트 라이더 느낌이 나는 거다.
사실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그 흐름을 따라가면 그리 이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배우 안성기의 연기가 너무 리얼하다 보니 솔직히 안신부에게 더 감정이입을 했던 거 같다.
꼭 주인공이 용후가 아니라 안신부인 느낌이랄까…….
용후가 특별한 힘을 갖게 되는 동기를 좀 더 참신하게 설정해주고 개연성을 더 부여해줬더라면 후반부에 그렇게까지 유치하게 느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후반부에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괜찮았던 영화였다.
스토리 연출의 한계 때문에 뒷심이 좀 딸린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들도 탄탄한 편이었고 나름 손에 땀을 쥐고 몰입해서 영화를 보게 되기도 했다.
간간히 나오는 개그 요소들과 카메오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흠, 마지막에 2편을 예고하는 듯한 쿠키영상도 있었는데, 과연 제작이 될지는 의문이다.
좀 전에도 말했듯이 영화 사자는 한국판 엑소시스트+고스트 라이더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초반에 몰입도가 꽤 있어 후반에 좀 맥 빠지 긴 했지만 그래도 또 그 나름대로의 재미도 있으니 시간 날 때 킬링타임용으로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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