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말에 시간이 한적할 때, 종종 집에서 Btv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를 보고는 한다.
사실, 무료로 제공되는 영화 중에 볼만한 영화를 찾는 건 힘든 일이지만, 아주 간혹 정말 괜찮은 영화들이 보석처럼 숨어있을 때가 있다.
영화 ‘만추’는 그런 보석 같은 영화 중 하나였다.
<만추(Late Autumn)>
개봉일: 2011년 02월 17일
장르: 로맨스/멜로 (한국, 미국, 홍콩)
감독: 김태용
주연: 탕 웨이, 현빈
별점: ★★★★☆
영화 ‘만추’의 감독인 ‘김태용’감독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아마 ’탕 웨이’의 남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영화로 만나 2014년도에 결혼을 했고, 지금은 슬하에 딸이 한 명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당시 결혼기사가 났을때, 나도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탕 웨이’는 중화권의 톱스타였고, 잘 알려진 영화 ‘색, 계’에 출현해 중화권 배우로는 드물게 한국에서도 무척 유명한 여자 배우였다.
이런 톱 여자 배우와 그렇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영화감독의 결혼 소식이라니, 지금 생각해봐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김태용 감독의 필모를 살펴보면 몇 개의 독립영화가 있고, 알만한 영화로는 데뷔작인 '여고괴담 2(1999)’, 청룡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가족의 탄생(2006), 그리고 오늘 리뷰할 영화 ‘만추(2011)’가 있겠다.
그리고 주연 ‘탕 웨이’의 상대역으로 나온 배우 ‘현빈’은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후 한참 주가를 올리던 시기라, 그가 영화에 나온다는 소식에 한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관람하고 8년이 지나 다시 한번 보는 거지만, 그때 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았다.
영화는 주인공 ‘애나(탕 웨이)’가 남편을 죽이고 거리를 배회하다 다시 죽은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증거를 없애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결국 수감되고, 7년 후 죄수번호 ‘2537’이 되어 교도소 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부고와 함께 그녀에게 3일간의 외출이 허용된다.
애나는 그렇게 7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와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미국에 온 지 2년, 서툰 영어로 할 줄 아는 건 교포 누님들의 애인 노릇을 해주며 돈을 버는 것뿐인 ‘훈(현빈)’은 누군가에게 쫓기다 얼결에 애나와 같은 버스에 올라타게 된다.
버스기사가 표값을 요구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던 훈은 애나가 한국인인 줄 알고 접근해 돈을 빌린다.
선뜻 돈을 내준 애나에게 자신의 시계를 건네주며, 자신이 돈을 갚을 때 돌려달라고 하는 훈.
갚을 필요 없다고 하는 애나에게, 훈은 기어이 그녀의 손에 자신의 시계를 쥐여준다.
시애틀에 도착한 후, 애나는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오랜만에 식구들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7년의 시간만큼 달라진 가족들이 애나는 낯설기만 하다.
거기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까지 마주치고.
결국 집을 나오는 애나, 거리를 거닐다 쇼윈도에 걸쳐진 예쁜 옷을 보고 홀린 듯 옷가게로 들어간다.
그간 하지 못했던 쇼핑을 즐긴 애나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허둥지둥 재빨리 휴대폰을 찾아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이는 다름 아닌 교도관.
애나가 자신의 수감번호와 위치를 고지하자, 전화는 곧 끊긴다.
아직 재소자 신분인 자신의 처지를 다시금 일깨우는 전화에 애나는 정신이 드는 기분이다.
기껏 산 새 옷을 다 버리고, 애나는 다시 돌아갈 생각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매표소 앞으로 갔다가, 돌아서고, 다시 갔다가, 돌아서는 애나.
차마 장례식 전에 시애틀을 떠날 수 없었던 애나의 앞에 거짓말처럼 훈이 나타난다.
그리고 돈을 돌려주려는 훈에게 애나는 자신과 자지 않겠냐고 한다.
둘은 모텔로 향하지만, 애나는 결국 훈과 자지 않고, 잠자리를 대신해 밖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기묘한 데이트를 즐기며 둘이 점차 가까워지던 때, 훈에게 전화 한 통이 온다.
훈은 애나에게 조금 전 갔던 모텔에서 기다려달라고 하며 어디론가 향한다.
그가 만나러 간 사람은 다름 아닌 애인 노릇을 해주던 돈 많은 여자 고객 ‘옥자(김서라)’.
그녀는 훈에게 같이 떠나자고 하지만, 그녀의 남편에게 쫓기고 있는 마당에 당치도 않는 말이라 훈은 그녀의 청을 거절한다.
그리고 재빨리 다시 애나가 있는 곳으로 가보지만, 애나는 이미 떠난 뒤다.
다음날, 애나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여하고, 그곳으로 훈이 찾아온다.
장례식 후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훈은 애나와 한 남자의 기류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다.
그 남자는 바로 ‘왕징(김준성)’.
애나의 옛 연인이자 그녀가 감옥살이를 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둘의 미묘한 관계를 눈치챈 훈은 애나에게 감정을 토해낼 기회를 만들어 주고, 애나는 처음으로 왕징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며 엉엉 운다.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기 위해 훈과 헤어진 후 애나는 버스에 오르고, 밖에서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훈.
그와의 만남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 즘, 훈이 애나의 버스 옆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가 처음 만난 사람처럼 인사를 건네자, 애나가 작게 웃는다.
그렇게 버스가 출발하고, 안개가 너무 짙어 정차한 한 휴게소.
애나의 휴대폰이 다시금 울린다.
‘2537번, 돌아가는 중입니다.’
수감번호와 위치를 보고한 애나의 옆에 훈이 웃고 있다.
휴게소에 내려 잠시 쉬던때, 누군가 훈을 납치하고 훈은 자신을 찾아온 한 남자로부터 옥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또한 자신을 찾아온 남자가 옥자의 남편이라는 것, 옥자를 죽인 게 자신이 되어버렸다는 사실까지.
도망치기 전, 훈은 애나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며, 출소하는 날 이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렇게 그는 홀연히 사라지고, 애나는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지 못한 채 다시 교도소로 돌아가게 된다.
2년 뒤, 정식으로 출소한 뒤, 애나가 훈과 약속한 휴게소로 가 그를 기다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사실, 영화 ‘만추’는 원작이 있는 영화다.
이만희 감독의 ‘만추(1966)’가 원작이며, 총 네 번에 걸쳐 리메이크작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감독들과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인데, 내가 ‘만추’라는 영화를 알게 된 건 이번 영화가 처음이다.
영화는 애나와 훈의 사랑이야기이지만, 두 사람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끌림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분은 마지막의 키스신이 유일하다.
대신, 눈빛으로, 몸짓으로, 미묘한 두 사람의 대사로 그들만의 사랑을 그려나가고 있는 영화다.
잔잔하지만 어딘지 위태로운 느낌이 인상적이고, 묘하게 마음에 위로를 주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고나 할까.
거기다 무려 8년 전 영화인데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놀랍기도 했다.
물론, 배우 현빈의 영어가 듣기에 좀 오글거리는 부분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설정 자체도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이니 그러려니 하면서 봤다.
이런 몇 가지 부분만 제외하고는 각본도, 연출도 참 괜찮은 영화다.
부드럽고 세련된 영상미와 음악도 마찬가지고.
특히 영화에는 수록되지 않은 탕 웨이가 부른 노래가 있는데, 제목은 마찬가지로 ‘만추’이다.
이 곡은 싱어송라이터 ‘손성제’의 곡 ‘멀리서’를 편곡한 곡인데, 탕 웨이의 목소리와 잘 어우러져 굉장히 듣기 좋은 노래이니 영화를 보고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영화 ‘만추’는 제목처럼 늦가을 어느 밤, 한 번쯤 혼자서 분위기 타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영화다.
자극적이지 않고 마음에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영화를 찾는다면, 이 영화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리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분노의 질주:홉스 앤(&) 쇼’ 리뷰 (0) | 2019.09.09 |
---|---|
[영화] ‘봉오동 전투’ 리뷰 (2) | 2019.09.03 |
[영화] ‘올레’ 리뷰 (4) | 2019.08.28 |
[영화] ‘물괴’ 리뷰 (2) | 2019.08.28 |
[영화] ‘커런트 워’ 리뷰 (4) | 2019.08.23 |
[영화] ‘기생충’ 리뷰 (6) | 2019.08.21 |
[영화] ‘악인전’ 리뷰 (4) | 2019.08.19 |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 리뷰 (0) | 2019.08.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