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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 충격 실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 리뷰

by 쓰사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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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한때 한국을 가장 떠들썩하게 했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옥시(Oxy) 가습기 살균제를 비롯해 각종 생활 화학용품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내놓았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많은 사람이 폐 섬유화 등과 같은 폐 손상 및 호흡기 질환 등을 겪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사건이었다.

 

제품이 오랜 시간 판매되어온 만큼, 피해의 규모 또한 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2016년 5월 기준 사망자 266명을 포함 1,848명 이상이라고 한다.

 

아마 오래전 원인 불명으로 사망했던 피해자들이나,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훨씬 많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업의 홍보만 믿고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제품들은 비단 가습기 살균제뿐만이 아니다.

 

인류의 99%가 중독된, 우리가 미처 의심하지 못한 혹은 알고 있지만 큰 경각심을 갖지 못한 채 사용 중인 한 ‘물질’에 대한 폭로.

 

이것이 바로 영화 ‘다크 워터스’의 내용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다크 워터스(Dark Waters)>

 

개봉일: 2020년 03월 11일

장르: 드라마 (미국)

감독: 토드 헤인즈

주연: 마크 러팔로, 앤 해서웨이

 

별점: ★★★★★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다크 워터스’는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제작팀과 ‘캐롤’, ‘벨벳 골드마인’의 토드 헤인즈 감독, 그리고 영화 ‘스포트라이트’에 이어 ‘다크 워터스’에서도 주연을 맡게 된 ‘마크 러팔로’와 ‘앤 해서웨이’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스포트라이트는 나도 이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작품인데, 마크 러팔로와 앤 해서웨이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다크 워터스 예고편부터 무척 관심이 갔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다크 워터스’는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주 ‘윌버 테넌트’가 주인공 ‘롭 빌럿’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당시 화학 기업 전문 변호사였던 빌럿에게 테넌트는 자신이 키우고 있는 소 190마리가 갑작스레 폐사했으며, 그 이유는 미국 최대 화학기업 듀폰사에 의한 환경공해 때문이라 주장하며 소송을 의뢰한다.

 

빌럿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이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지으려 하지만,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독성물질 ‘PFOA’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거대기업 듀폰과 지난한 싸움을 하게 된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PFOA(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란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으로, ‘C8’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화학물질이다.

 

잔류성 유기화합물인 PFOA는 우리 몸에서 잘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는데, 이 물질이 인체 축적되면 기형아 출산율을 높이고 각종 암과 갑상선질환, 고환암과 같은 생식기 질환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치명적인 PFOA는 정말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코팅 프라이팬 즉 ‘테프론’ 프라이팬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테프론은 특유의 비점착성 때문에 프라이팬 코팅제로 사용되어 왔는데, 이때 듀폰사에서 PFOA를 테프론 코팅 가공 보조제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오염수 및 화학 폐기물 등이 발생했고, 듀폰사는 이것들을 일반폐기물로 위장해 폐기하거나 무단 방류했다.

 

그 결과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임산부들은 기형아를 낳았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치아가 까맣게 변색되거나 암이 발생하는 등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이 모든 일을 벌인 듀폰사가 해당 물질에 대해 많은 실험을 해왔으며, PFOA가 얼마나 인체에 치명적인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된 롭 빌럿은 장장 20년간 세계적 기업인 듀폰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8천억 원의 보상금 배상 판결을 받아내었고, 2020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앞장서 거대 기업들과 싸우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이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롭 빌럿의 이야기, 그리고 편안함 속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 ‘다크 워터스’의 주요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게 와닿는 것은 이 이야기가 PFOA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진 지금까지도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PFOA의 위험성이 알려진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PFOA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관련 규제 기준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PFOA가 사용된 프라이팬 등의 제품이 버젓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2004년 MBC에서 PFOA에 대하여 보도한 걸 인용하기까지 했고, 분명 이슈가 된걸 나조차도 기억하고 있는데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규제안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를 보고 난 뒤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보니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던 것 같다.

 

영화에서 거론되는 거의 모든 것이 다큐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실제 인물, 단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더욱 그랬는데, 특히 나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께서 듀폰 한국지사에서 일할뻔하셨어서 이 영화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게 있었던 것 같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다크 워터스의 출연 배우들 또한 실제 인물들과 사건을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특히 환경운동가로도 유명한 마크 러팔로의 노력이 더욱 각별했는데, 그는 실제로 롭 빌럿을 만나 평소 그의 제스처나 서 있는 방식, 작은 손 떨림까지 관찰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앤 해서웨이 또한 롭 빌럿의 아내인 사라 빌럿을 만나 이야기하며 당시 외로운 싸움을 하던 남편의 뒤에서 겪어야 했던 상황과 감정의 깊이를 가늠하며 섬세하게 연기를 완성했다고 전해진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듀폰의 공장에서 근무하며 자신도 모르게 독성물질에 노출되었던 여성 노동자에게 태어난 ‘버키 베일리’라는 인물이다.

 

그는 선척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실존 인물인 그가 직접 영화 속에 등장해 사실감과 경각심을 더해준다는 것이다.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그리고 또 한 명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 있었는데, 롭 빌럿의 직장 상사인 ‘톰 터프’라는 인물이었다.

 

사실 화학 기업 변호를 전문으로 하는 로펌의 오너로서 듀폰과 전면으로 대치하는 롭 빌럿을 지지해 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끝까지 그를 믿고 지지해 줬다는 게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느껴졌달까.

 

 

영화 '다크 워터스'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다크 워터스는 오랜만에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영화였다.

 

사실 환경과 인류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이 PFOA뿐일 리 없다.

 

일상생활에 쓰이는 무수한 화학제품들 중 이런 물질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가습기 살균제만 하더라도 그 누가 이것이 이렇게 위험할 줄 알았겠는가.

 

약간의 편리함 때문에, 너무 큰 걸 잃어버린 건 아닐까.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화학제품들, 이미 망가져 버린 지구,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까지.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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