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영화

[영화] ‘1917’ 리뷰

by 쓰사 2020. 3. 9.
반응형

올 초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게 있다면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수상이 아닐까 싶다.

 

자랑스럽게도 기생충은 아카데미시상식, 일명 ‘오스카’에서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받아 냈는데, 이때 함께 작품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바로 오늘 리뷰할 영화 ‘1917’이다.

 

비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17’이 작품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촬영상, 음향 효과상, 시각효과상을 받았고,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도 있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및 감독상을 비롯해 7관왕을 거머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1917'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1917>

 

개봉일: 2020년 02월 19일

장르: 전쟁/드라마 (영국, 미국)

감독: 샘 멘데스

주연: 조지 맥케이, 딘 찰스 채프먼

 

별점: ★★★★★

 

 

이 영화에 대해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아마도 개봉 시기가 아닐까.

 

물론 미국에서는 작년에 개봉했고, 영국에서도 1월에 개봉한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2월 19일에서야 개봉되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2월부터는 한국도 코로나 19로 인해 소비시장이 많이 위축되었다.

 

쇼핑센터, 백화점은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영화관도 관객 수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 봄에 개봉해 이미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기생충’과는 달리 ‘1917’은 시작부터 운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덕분에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고 지금도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누적 관객 수는(20.03.09 기준) 54만 명 정도.

 

개봉한지 보름이 넘어가는데 좀 슬픈 성적인 것 같다.

 

 

영화 '1917' 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의 감독은 '샘 멘데스(Sam Mendes)'.

 

007시리즈로 유명한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등을 연출한 유명 감독이기도 한 그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로 2000년 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촬영감독은 ‘뷰티풀 마인드’, ‘007 스카이폴’, ‘언브로큰’,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로저 디킨스(Roger Deakins)’가 맡았다.

 

 

영화 '1917' 현장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이 영화의 촬영 기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뮤직비디오나 영화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법인 ‘원 테이크(one take)’촬영방식을 알 것이다.

 

‘원 테이크’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찍는 촬영기법인데, 영화 1917은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촬영방식은 다른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기법으로 촬영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거의 끊기지 않고 쭉 이어진다.

 

 

영화 '1917' 현장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원 컨티뉴어스 숏’기법은 앞서 말했듯 한 번에 촬영하는 ‘원 테이크’와는 달리 장면을 나누어 찍은 후 장면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원 컨티뉴어스 숏’기법을 활용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라라랜드’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영화의 도입부가 해당 기법으로 촬영한 장면이었다.

 

이 외에도 여러 영화에서 ‘원 컨티뉴어스 숏’기법을 활용해 장면들을 만들어 냈는데, 영화 ‘1917’처럼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을 이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는 없었다는 점에서 1917이 얼마나 실험적이 영화였는지 알 수 있다.

 

 

영화 '1917' 현장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1917의 촬영기법 만으로도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공이 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실제로 1917 영화 제작 당시 사전에 철저하게 동선을 맞췄고, 4개월간의 리허설을 거쳐 본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거기다 1917의 대부분의 촬영지가 야외다 보니, 그림자 때문에 날씨도 늘 흐린 날만 골라 촬영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이런 각각의 장면을 정말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편집해 하나의 장면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의 그 방대한 장면들을 하나의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편집한 것도 대단했지만, 빛을 이용한 화면 연출도 놀라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과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듯한 몰입감과 더불어 마치 미디어 아트를 보는 듯한 빛의 연출에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시시각각 주인공들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음악과 효과음까지.

 

주인공이 긴장하면 나도 긴장하고 주인공이 놀라면 나도 놀란다.

 

정말 한 땀 한 땀 장인정신으로 만든 예술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어느 날을 배경으로 한다.

 

영국군 병사 두 명이 함정에 빠진 영국군 부대에 장군의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스토리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따라서 스토리보다는 두 주인공 ‘윌리엄 스코필드’와 ‘토머스 블레이크’, 특히 스코필드가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심적 변화에 중점을 두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전쟁이라는 것을 겪으며 피폐해지는 인간의 내면과 잠깐의 갈등도 있지만, 그저 맹목적으로 명령 수행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인간의 삶 자체가 저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이 옳든 그르든,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 삶 속에 참 많지 않나. 삶 자체가 전쟁이라고 봤을 때 현대인들도 주인공과 같은 모습인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영화를 보며 조금 처절하기까지 한 주인공을 보니 영화 ‘레버넌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레버넌트의 처절함을 넘어서진 못하지만, 1917은 조금 더 현실적인 처절함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감은 더 잘됐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다음으로 1917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 배우들일 것이다.

 

영화 1917은 특이하게도 스타 배우를 주연으로 쓰지 않았다.

 

이번에 주연 스코필드 역을 맡은 ‘조지 맥케이’와 ‘딘 찰스 채프먼’은 할리우드 신예 배우로, 영화의 주인공들이 평범한 인물들인 만큼 관객이 더욱 주인공들에게 몰입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일부러 대중들에게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두 사람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대신 조연으로는 정말 초호화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두 주인공에게 작전 명령을 내린 ‘에린무어 장군’역으로는 킹스맨으로 유명한 ‘콜린 퍼스’가, 주인공이 장군의 서신을 전하기 위해 찾는 사람인 ‘매켄지 중령’역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스코필드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인 ‘스미스 대위’역은 역시 킹스맨의 ‘마크 스트롱’이 마지막으로 ‘레슬리 중위’역으로는 드라마 셜록의 ‘짐 모리아티’역으로 유명한 ‘앤드류 스콧’이 맡았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예고편에서 조연으로 등장하는 이 스타 배우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걸 봤는데, 나도 솔직히 이 배우들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거다.

 

하지만 저 유명 배우들의 향연을 보리라 생각했던 내 기대와는 달리 네 사람의 출연 분량은 전부 합쳐도 채 10분이 되질 않는다. 

 

만약 나와 같이 네 배우들 때문에 영화를 보고자 했다면, 그 기대감 살포시 내려놓길 바란다. 슬프게도 정말 잠깐밖에 안 나온다.

 

그래도 확실히 스타 배우는 스타 배우더라. 그 찰나의 장면에서도 스크린 장악력이 어마어마했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저 유명 배우들이 스쳐 지나가는 인물들이니, 극의 나머지 부분을 이끄는 건 오롯이 두 주연배우 특히 ‘조지 맥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조지 맥케이와 함께 주연을 맡은 또 한 명의 배우 ‘딘 찰스 채프먼’은 유명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도 출연한 바 있는 배우다.

 

왕좌의 게임은 시즌 3부터 6까지 출연했는데,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은 시즌 1을 보다가 말았기에 이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잘 모른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그보다 내가 주목하고 싶은 배우는 ‘조지 맥케이’인데 영화를 보며 이 배우의 매력에 홀딱 빠졌다.

 

특유의 우울하고 침착한 표정과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매력이 있는 배우 같았다.

 

1917전까지만 해도 거의 무명 배우였던 것 같은데, 아역부터 시작해서 다수의 단편 영화들까지 차곡차곡 필모를 쌓은 배우이기도 하다.

 

영화 1917의 스코필드 역을 맡아 대부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한 걸 보면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한 것 같다.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호흡이 긴 영화다.

 

이런 영화는 자칫 집중이 흐트러지면 지루해지기 마련인데, 1917은 지루해질 수 있는 요소에 여려가지 효과나 긴장감을 더해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눈으로 또 귀로 관객을 홀리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몰입하게 만든달까.

 

 

영화 '1917'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비록 기생충에 밀려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지 못했지만, 촬영상, 음향 효과상, 시각효과상을 받은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다.

 

만약 이 영화가 기생충과 같은 시사점과 탄탄한 스토리까지 갖췄다면 아마 작품상은 떼놓은 당상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기생충이 완벽한 영화란 뜻)

 

다른 영화와 달리 고작 8시간 동안 일어난 아주 짧은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라, 사람에 따라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보다 주인공의 감정선과 시각적, 음향적 효과에 집중해서 본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영화다.

 

이제 왠지 스타덤에 오를 것 같은 ‘조지 맥케이’의 연기를 보는 것도 재밌으니 한 번쯤 꼭 보길 추천한다.

 

 

[영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리뷰

한 열한 살 무렵이었나, 우연히 마트에서 표지가 예뻐 엄마에게 사달라고 조른 책 한 권이 있었다. 바로, 어릴 적 학교 필독서로 빠지지 않았던 ‘작은 아씨들’이었는데, 그 어린 나이에 잠든 동생 옆..

sseusa.tistory.com

 

[영화] ‘기생충’ 리뷰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라 하면 단연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

sseusa.tistory.com

반응형

댓글